논문 읽기 ① — Jegadeesh & Titman (1993), 모멘텀의 출발점
입문 ④ 모멘텀 글에서 “이 현상을 학계에 각인시킨 연구”라고 한 줄로 지나간 논문이 있습니다. Narasimhan Jegadeesh와 Sheridan Titman이 1993년 Journal of Finance에 실은 “Returns to Buying Winners and Selling Losers”입니다. 제목 그대로 “오른 주식을 사고 내린 주식을 팔면 돈이 되는가”를 묻습니다. 이번부터 퀀트 투자에서 자주 인용되는 논문을 한 편씩 읽고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코드 없이, 논문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에 집중합니다.
당시의 분위기
이 논문이 나오기 전에 주목받던 것은 오히려 반전이었습니다. De Bondt와 Thaler(1985)는 과거 3~5년 동안 많이 내린 주식이 그 뒤 몇 년 동안 많이 오른 주식보다 성과가 좋았다고 보고했습니다. 시장이 나쁜 소식에 과하게 반응했다가 되돌아온다는 해석이었습니다. 1주나 1개월 같은 아주 짧은 기간에서도 반전이 관찰된다는 연구들이 있었습니다.
Jegadeesh와 Titman은 그 사이, 3~12개월이라는 중간 길이의 기간을 봤습니다. 그리고 이 구간에서는 반전이 아니라 지속이 나타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무엇을 했나
방법은 지금 보면 단순합니다. 단순했기 때문에 이후 수십 년 동안 기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 표본: 1965~1989년 미국 NYSE·AMEX 상장 주식.
- 줄 세우기: 매달 초, 각 주식의 과거 J개월 수익률로 순위를 매겨 10개 묶음(십분위)으로 나눕니다. 맨 위 묶음이 승자, 맨 아래가 패자입니다.
- 포지션: 승자 묶음을 같은 비중으로 사고, 패자 묶음을 같은 비중으로 공매도합니다. 산 금액과 판 금액이 같아서 자기 돈이 들지 않는 포트폴리오입니다.
- 보유: K개월 동안 들고 있습니다. 매달 새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때문에, 어느 한 달에는 지난 K개월 동안 만든 포트폴리오들이 겹쳐서 들어 있습니다. 시작 시점을 잘못 고른 운을 줄이려는 장치입니다.
- 조합: J와 K를 각각 3, 6, 9, 12개월로 바꿔 16가지 조합을 봅니다. 순위를 매긴 뒤 1주를 건너뛰고 사는 버전도 따로 계산합니다. 앞에서 말한 아주 짧은 기간의 반전과 매수·매도 호가 차이가 결과를 오염시키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무엇을 발견했나
16가지 조합 전반에서 승자-패자 포트폴리오의 평균 수익률이 플러스였습니다. 논문이 가장 자세히 다룬 6개월 보고 6개월 보유하는 전략은 연 12% 정도(논문 표현으로 복리 연 12.01%)의 초과수익을 냈습니다.
이것만으로는 “승자가 더 위험한 주식이라 보상을 받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논문은 이 수익이 체계적 위험(시장 베타)이나 공통 요인에 대한 늦은 반응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립니다.
제가 더 흥미롭게 읽은 것은 그다음 부분입니다.
- 1월에는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이 전략은 1월에 평균적으로 손실을 봤고, 나머지 달에 수익을 냈습니다. 연말에 절세 목적으로 손실 난 주식을 팔았다가 1월에 되사는 흐름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자주 붙습니다.
- 1년이 지나면 일부가 되돌아갔습니다. 포트폴리오를 만든 뒤 첫해에 얻은 초과수익 가운데 일부가 그다음 2년 동안 사라졌습니다. 정보가 늦게 반영되는 것(과소반응)만이 이유라면 되돌아갈 까닭이 없습니다. 투자자가 처음에는 덜 반응하고 나중에는 과하게 따라붙는다는 해석과 더 잘 맞습니다.
- 실적 발표 때도 같은 모양이 나왔습니다. 과거 승자는 그 뒤 몇 달 동안의 실적 발표 무렵에도 패자보다 수익률이 높았습니다. 시장이 기업의 좋은 소식을 한 번에 다 반영하지 못한다는 쪽의 근거로 읽힙니다.
논문은 결론에서 이것이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단순한 그림과 맞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원인을 하나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그 신중함이 오히려 좋았습니다.
읽으면서 든 의문들
16개 중에 고른 것은 아닌가. 과최적화 글에서 여러 설정을 시험한 뒤 가장 좋은 것을 보고하면 숫자가 부풀려진다고 했습니다. 이 논문도 16가지를 봤습니다. 다만 결과가 몇 개 조합에만 몰린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조합에서 같은 방향이었고, 무엇보다 이후의 검증이 이 걱정을 상당히 덜어 줬습니다. 저자들은 2001년 논문에서 원래 표본 뒤인 1990~1998년을 다시 봤는데, 모멘텀 수익이 비슷한 크기로 이어졌습니다. 다른 나라 주식과 다른 자산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보고됐습니다. 데이터를 보고 만든 가설이 데이터를 보기 전의 기간에서 다시 확인된 셈이라, 이 논문이 지금까지 인용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비용을 넣으면 얼마나 남나. 논문의 수익률에는 거래 비용이 없습니다. 이 전략은 매달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갈아 끼우고, 패자 쪽은 공매도해야 합니다. 패자 묶음에는 작고 거래가 적은 주식이 많아서 실제로는 빌리기 어렵거나 비용이 큽니다. 거래 비용 글에서 본 것처럼 회전율이 높은 전략은 비용에 민감합니다. 논문이 보여 준 것은 “이런 패턴이 있다”이지, “누구나 이만큼 벌 수 있다”는 아닙니다.
사라진 주식은 들어 있나. 이 부분은 안심이 됐습니다. 표본이 상장폐지된 종목까지 포함한 데이터베이스(CRSP)에서 나왔기 때문에, 생존 편향 글에서 걱정한 문제는 크지 않습니다.
평균에 가려진 꼬리. 연 12%라는 평균은 매끄럽게 얻어지는 숫자가 아닙니다. 이 논문의 표본 기간에는 없었지만, 2009년 봄처럼 폭락 직후 시장이 급반등하면 패자를 공매도한 포지션이 크게 당합니다. 멀티팩터 글에서 계산한 미국 모멘텀 팩터의 최대 낙폭 -57.6%가 바로 그때 나왔습니다. 이 위험을 따로 다룬 연구가 Daniel과 Moskowitz(2016)의 “Momentum crashes”입니다.
블로그의 모멘텀과 어떻게 다른가
이 논문의 모멘텀은 종목끼리 비교하는 상대 모멘텀이고, 승자를 사면서 패자를 공매도합니다. 입문 시리즈의 첫 백테스트는 코스피 하나를 놓고 자기 과거 수익률이 플러스인지만 보는 절대 모멘텀이었고, 듀얼 모멘텀은 그 둘을 섞은 것이었습니다. 이름은 같지만 묻는 질문이 다릅니다. 상대 모멘텀은 “무엇을 살까”, 절대 모멘텀은 “지금 들고 있을까”에 가깝습니다. 절대 모멘텀 쪽의 학술적 근거는 시계열 모멘텀이라는 이름으로 나중에 따로 정리됐습니다.
이 논문 이후 모멘텀은 팩터 모형의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Carhart(1997)는 펀드 성과를 평가할 때 시장·규모·가치에 모멘텀 요인을 더한 4요인 모형을 썼고, 이것이 지금도 널리 쓰입니다. 30년 넘게 반박과 재검증을 버틴 이상현상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논문은 결과만큼이나 “단순하게 정의하고, 여러 조합을 다 보여 주고, 반례가 될 만한 것을 스스로 확인한다”는 태도로 읽을 가치가 있었습니다.
참고 자료
- Jegadeesh, N., & Titman, S. (1993). Returns to Buying Winners and Selling Losers: Implications for Stock Market Efficiency. Journal of Finance, 48(1).
- Jegadeesh, N., & Titman, S. (2001). Profitability of Momentum Strategies: An Evaluation of Alternative Explanations. Journal of Finance, 56(2).
- De Bondt, W. F. M., & Thaler, R. (1985). Does the Stock Market Overreact? Journal of Finance, 40(3).
- Carhart, M. M. (1997). On Persistence in Mutual Fund Performance. Journal of Finance, 52(1).
- Daniel, K., & Moskowitz, T. J. (2016). Momentum crashes.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122(2).
이 글은 학습과 정보 공유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이나 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