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읽기 ② — Fama & French (1993), 3팩터 모형
입문 시리즈의 밸류 팩터, 사이즈 팩터, 퀄리티 팩터 글은 모두 같은 데이터 파일에서 출발했습니다. Kenneth French 교수가 공개하는 팩터 수익률이고, 그 파일의 SMB와 HML이라는 이름은 Eugene Fama와 Kenneth French가 1993년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에 실은 “Common risk factors in the returns on stocks and bonds”에서 나왔습니다. 지난 논문 읽기가 하나의 현상을 보고한 논문이었다면, 이번 논문은 수익률을 재는 자를 바꾼 논문입니다.
1년 전 논문이 남긴 문제
출발점은 같은 저자들의 1992년 논문입니다. 당시 표준이던 CAPM은 주식의 기대수익률 차이를 시장 베타 하나로 설명합니다. 1992년 논문은 1963~1990년 미국 주식에서 베타가 수익률 차이를 거의 설명하지 못하고, 오히려 시가총액(작을수록 높음)과 장부가치 대비 시가(B/M, 높을수록 높음)가 설명한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면 다음 질문이 생깁니다. 규모와 가치가 수익률을 설명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모형에 넣을 것인가. 1993년 논문의 답은 이 성질들을 포트폴리오 수익률로 바꿔 팩터로 쓰는 것이었습니다.
팩터를 만드는 방법
이 부분이 지금까지 그대로 쓰이는 핵심입니다.
- 매년 6월 말, 주식을 시가총액으로 둘(작은/큰)로 나눕니다. 기준선은 NYSE 종목의 중앙값입니다.
- 따로 B/M으로 셋(하위 30%, 중간 40%, 상위 30%)으로 나눕니다. 이것도 NYSE 종목으로 기준선을 정합니다.
- 둘을 교차하면 포트폴리오 6개가 생깁니다.
- SMB(Small Minus Big) = 작은 주식 포트폴리오 3개의 평균 − 큰 주식 포트폴리오 3개의 평균
- HML(High Minus Low) = B/M 높은 포트폴리오 2개의 평균 − B/M 낮은 포트폴리오 2개의 평균
- 여기에 시장 초과수익률(시장 − 무위험 금리)을 더해 팩터는 셋입니다.
눈여겨볼 것은 시점 처리입니다. t년 6월에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장부가치는 t−1년에 끝난 회계연도 값을 씁니다. 회계연도가 끝나고 최소 6개월이 지난 뒤에야 쓰는 셈인데, 그때쯤이면 재무제표가 공개돼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 참조 편향 글에서 다룬 문제를 설계 단계에서 막아 둔 것입니다. 실전 시리즈의 pykrx 글에서 한국 종목의 PER·PBR에 공시일을 붙이지 못해 한계로 적었던 것과 같은 지점입니다.
무엇을 확인했나
검증 대상은 규모와 B/M으로 5×5로 나눈 포트폴리오 25개입니다(1963년 7월 ~ 1991년 12월). 각 포트폴리오의 초과수익률을 세 팩터에 회귀분석했습니다.
결과는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 설명력: 시장 하나만 쓸 때보다 세 팩터를 쓸 때 포트폴리오 수익률의 움직임이 훨씬 잘 설명됐습니다. 작은 가치주와 큰 성장주가 전혀 다르게 움직이던 이유가 대부분 SMB와 HML에 대한 노출로 정리됩니다.
- 절편: 회귀식의 절편, 즉 세 팩터로 설명되지 않고 남는 수익은 몇 개 포트폴리오를 빼면 0에 가까웠습니다. 가장 작은 성장주 쪽처럼 설명되지 않는 구석도 남았습니다.
논문은 채권 쪽(만기 프리미엄, 신용 프리미엄)도 함께 다루지만, 이 글에서는 주식 부분만 봤습니다.
이 논문이 바꾼 것
가장 큰 변화는 “알파”의 기준입니다. 3팩터 모형 이후로는 어떤 전략이나 펀드가 시장보다 잘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졌습니다. 소형주나 가치주를 많이 담아서 얻은 수익이라면, 그건 실력이 아니라 SMB와 HML에 대한 노출로 설명됩니다. 3팩터로 회귀하고 남는 절편이 있어야 알파라고 부를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글의 Carhart(1997)가 여기에 모멘텀을 더해 4팩터로 펀드를 평가한 것도 이 틀 위에서였습니다.
두 번째는 해석 논쟁입니다. 저자들은 SMB와 HML이 보상하는 것이 위험이라고 봤습니다. 작고 장부가치에 비해 싼 회사는 재무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고, 그 위험을 지는 대가라는 해석입니다. 반대편에서는 Lakonishok, Shleifer, Vishny(1994)처럼 투자자들이 부진한 회사의 나쁜 실적이 계속될 거라고 지나치게 외삽해서 생긴 가격 오류라고 봤습니다. 이 논쟁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고, 실제로 쓰는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든 “앞으로도 프리미엄이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읽으면서 든 의문들
2×3과 30/40/30은 왜 그 숫자인가. 논문은 B/M을 셋, 규모를 둘로 나눈 이유를 1992년 결과에서 B/M의 설명력이 더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나누는 경계 자체는 임의로 정한 것이고 다른 경계를 찾아보지는 않았다고 밝힙니다. 팩터의 정의에도 선택이 들어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 과최적화 글의 문제는 전략뿐 아니라 팩터를 정의하는 단계에도 있습니다.
셋으로 충분한가. 저자들 스스로 1996년 논문에서 3팩터가 장기 반전 같은 이상현상은 설명하지만 모멘텀은 설명하지 못한다고 인정했습니다. 2015년에는 수익성(RMW)과 투자(CMA)를 더한 5팩터 모형을 내놓았습니다. 퀄리티 글에서 쓴 RMW가 이것입니다.
프리미엄이 이어졌나. 이 블로그의 계산에서 HML은 1926년부터 2020년 7월까지 연 3.21%였지만 2007~2020년에는 연 -5.84%였습니다. SMB는 같은 기간 연 1.77%(t값 2.06)로 약했고, 멀티팩터 글의 1963년 이후 데이터에서는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 319개월(26년)이 걸린 구간이 있었습니다. 논문이 발표된 뒤 프리미엄이 줄어든 것인지, 원래 이 정도로 오래 쉬는 프리미엄인지는 30년 가까운 데이터를 더 보고도 확실히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 논문이 지금까지 기준으로 남은 이유는 분명해 보입니다. 팩터를 누구나 같은 방식으로 다시 만들 수 있게 정의했고, 그 데이터를 계속 공개해 왔습니다. 동의하든 반박하든 같은 자로 잴 수 있게 만든 것이 이 논문의 가장 큰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자료
- Fama, E. F., & French, K. R. (1992). The Cross-Section of Expected Stock Returns. Journal of Finance, 47(2).
- Fama, E. F., & French, K. R. (1993). Common risk factors in the returns on stocks and bonds.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33(1).
- Fama, E. F., & French, K. R. (1996). Multifactor Explanations of Asset Pricing Anomalies. Journal of Finance, 51(1).
- Fama, E. F., & French, K. R. (2015). A five-factor asset pricing model.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116(1).
- Lakonishok, J., Shleifer, A., & Vishny, R. W. (1994). Contrarian Investment, Extrapolation, and Risk. Journal of Finance, 49(5).
이 글은 학습과 정보 공유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이나 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