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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테스트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이제 처음으로 검증해 볼 아이디어를 골라야 합니다. 이 시리즈는 모멘텀(momentum)으로 시작합니다. 규칙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학계에서 가장 많이 검증된 현상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모멘텀이 무엇이고, 왜 생기며, 어떤 종류가 있고, 어디가 약점인지를 정리합니다. 역시 코드 없는 개념 편입니다.

모멘텀: 오르던 것이 더 오른다

모멘텀은 물리학 용어로 “운동량”, 쉽게 말해 관성입니다. 굴러가는 공이 계속 굴러가려는 성질처럼, 주가에도 비슷한 경향이 관찰됩니다.

최근에 오르던 자산은 당분간 더 오르고, 떨어지던 자산은 당분간 더 떨어지는 경향.

여기서 “최근”은 보통 3~12개월을 말합니다. 이 기간이 중요합니다. 너무 짧으면(며칠~몇 주) 오히려 반대 현상(단기 반전)이 나타나고, 너무 길면(3~5년) 이번엔 장기 반전 — 몇 년간 많이 오른 주식이 이후 부진한 현상 — 이 나타난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모멘텀은 “무조건 추세를 따르라”가 아니라 특정 시간 척도에서 관찰되는 현상입니다.

직관과 반대 아닌가?

“오른 주식은 비싸졌으니 이제 떨어질 차례 아닌가?” — 자연스러운 생각이고, 소위 ‘물타기’와 ‘차익 실현’이 몸에 밴 투자자일수록 그렇게 느낍니다. 그런데 데이터는 반대를 말해 왔습니다.

이 현상을 학계에 각인시킨 것이 1993년 Jegadeesh와 Titman의 연구입니다. 미국 주식을 최근 3~12개월 수익률로 줄 세워서, 상위 종목을 사고 하위 종목을 공매도하는 포트폴리오가 이후 3~12개월 동안 유의미한 초과 수익을 냈다는 내용입니다. 이후 수십 년간 다른 나라 주식, 채권, 원자재, 환율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 확인됐고, 2012년 Moskowitz 등의 연구는 자산 자신의 과거 수익률만 보는 시계열 모멘텀(뒤에 나올 절대 모멘텀과 같은 계열)이 58개 자산에서 작동했다고 보고했습니다. 팩터 투자를 다룬 글에서 모멘텀을 4대 팩터에 넣었던 이유가 이것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이런 공짜 점심은 없어야 합니다. 모멘텀이 존재하는 이유로 제시되는 설명은 크게 이렇습니다.

  1. 정보의 느린 반영(underreaction) — 좋은 뉴스가 나와도 가격은 한 번에 적정 수준까지 뛰지 않고 서서히 반영됩니다. 애널리스트가 실적 전망을 찔끔찔끔 올리고, 투자자들이 뒤늦게 알아차리는 과정에서 상승이 이어집니다.
  2. 추격 매수(herding) — 오르는 주식이 뉴스와 수익률 상위 목록에 노출되면서 새 매수자를 끌어들이고, 그 매수가 다시 가격을 밀어 올립니다.
  3. 처분 효과(disposition effect) — 투자자들은 이익 난 주식은 서둘러 팔고 손실 난 주식은 붙들고 버팁니다. 이 행동이 오르는 주식의 상승을 더디게(그래서 더 오래) 만들고, 떨어지는 주식의 하락도 질질 끌리게 만듭니다.

공통점은 셋 다 사람의 행동 편향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멘텀이 논문으로 공개된 지 30년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사람의 본성은 논문을 읽어도 잘 바뀌지 않으니까요.

상대 모멘텀과 절대 모멘텀

모멘텀 전략은 묻는 질문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뉩니다.

종류 질문 예시 규칙 목적
상대 모멘텀 (cross-sectional) 여러 자산 중 어느 것이 제일 잘 나가나? 최근 6개월 수익률 상위 30종목 매수, 매월 교체 더 나은 자산 고르기
절대 모멘텀 (time-series) 이 자산이 오르는 중인가 아닌가? 코스피의 최근 6개월 수익률 > 0이면 보유, 아니면 현금 하락장 회피

둘은 성격이 다릅니다. 상대 모멘텀은 시장 안에서 승자를 고르는 것이라 시장 전체가 폭락하면 같이 폭락합니다(“제일 덜 빠진 종목”을 들고 있을 뿐). 절대 모멘텀은 시장 자체에서 도망칠 수 있어서 큰 하락장을 피하는 데 강점이 있는 대신, 시장이 오를 때 현금에 앉아 있는 기회비용이 생깁니다. 이 둘을 결합한 것이 Gary Antonacci가 정리한 듀얼 모멘텀인데, 시리즈 후반에 따로 다루겠습니다.

다음 글에서 코드로 만들 것은 둘 중 더 단순한 절대 모멘텀입니다. 자산 하나(코스피 지수)와 규칙 하나(“N개월 수익률이 플러스인가?”)만 있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모멘텀의 약점

어떤 전략이든 약점이 어디인지 아는 것까지가 검증입니다. 모멘텀의 약점은 구조적으로 분명합니다.

  • 급반전에 약하다 — 모멘텀은 과거를 보고 판단하므로, 시장이 방향을 급격히 바꾸는 순간에는 항상 한 박자 늦습니다. 대표 사례가 2009년 봄의 “모멘텀 크래시”입니다. 금융위기 폭락 직후 시장이 급반등했는데, 모멘텀 전략은 여전히 “떨어지던 것들”을 피하고 있다가(혹은 공매도하고 있다가) 그 급반등을 정통으로 얻어맞았습니다.
  • 횡보장에 약하다 — 방향 없이 오르내리는 시장에서는 “올랐으니 사고 → 떨어져서 팔고 → 다시 올라서 사고”를 반복하며 거래 비용만 쌓입니다. 이를 휩쏘(whipsaw)라고 부릅니다.
  • 거래가 잦다 — 특히 상대 모멘텀은 매달 종목을 갈아치우므로 거래 비용에 민감합니다. 백테스트에서 비용을 빼먹으면 성과가 가장 크게 부풀려지는 전략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모멘텀을 실제로 쓰는 사람들은 단독으로 쓰기보다 자산 배분의 한 부품으로, 또는 밸류처럼 성격이 반대인 팩터와 섞어서 씁니다. 이것도 뒤에서 데이터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정리

  • 모멘텀은 “최근 3~12개월 오르던 자산이 당분간 더 오르는 경향”이고, 30년 넘게 여러 자산군에서 반복 확인된 현상이다.
  • 원인으로는 정보의 느린 반영, 추격 매수, 처분 효과 같은 행동 편향이 지목된다.
  • 여러 자산 중 승자를 고르면 상대 모멘텀, 한 자산의 보유/현금을 결정하면 절대 모멘텀이다.
  • 약점도 뚜렷하다: 급반전, 횡보장, 거래 비용. 약점을 아는 것까지가 공부다.

다음 글에서는 드디어 코드입니다. 코스피 지수 하나로 절대 모멘텀 전략의 백테스트를 파이썬 30줄로 만들고, 그냥 들고 있기(buy & hold)와 비교해 봅니다.


이 글은 학습과 정보 공유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이나 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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